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써 보려고 합니다.
마음이 답답하기도 하고, 또 너무 무섭기도 해서요!
지난 몇 주간 포스팅이 쭉 없었는데요. 마음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몸 상태가 좀 달라졌습니다. 불명열에 시달린지 벌써 3주가 되었네요.
면접도 6개나 보러다니고, 커밋도 했던데 무슨 병이냐구요.
허허 그러게요. 그래서 병이 든 것은 아닐까요? 하하
한 nn년정도 거슬러 올라가서 제 중학교 시절의 일입니다. 정말 어느날 갑자기 임파선이 붓고 고열이 났습니다. 병원에서도 원인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백혈병이라느니 결핵이라느니 엄청 겁나는 말도 많이 하셨어요.
그때 당시에 대학병원에서 CT, MRI, 초음파, 조직검사, 혈액검사, 부장검사, 마검사 까지 다 받았습니다.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원인을 모르는 병은 고칠수가 없잖아요? 계속 증상 완화를 위한 약들만 주셨어요.
소염진통제, 항생제, 위장 보호제 정도를 처방해주셨었는데 덕분에 두어달만에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을 하는 중학생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 어린것에게 그리도 독한 항생제를 3달이나 먹게하는 것이 맞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동안에 병원에만 입원해 있었느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해열이 되면 거의 멀쩡한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두번째로는 제가 그러기가 싫었다는 거지요.
친구들은 학교에서 진도를 나가고, 재미있는 일이 매일 생기고, 그걸 놓치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대충 해열제 먹고, 아무리 그래도 37-8도를 오가는 열이었는데 내색 안하고 두달을 버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왜그랬지 싶은데, 제가 약 먹고 너무 멀쩡하다 우기니 부모님도 그러려니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순간 살이 급격하게 빠지고, 식사를 못하는 상황이 되자 아버지께서 마지막 동아줄이라도 붙드시 듯 모 한의원에 데려가셨어요. 진맥하시는 손이 엄청 찼다는 것, 그리고 제가 정말 기운이 아예 없었다는 것이 기억이 납니다. 침을 몇 대 놔주시더니 불안한 얘기를 하셨어요.
맥이 약하니 체질도 알기가 어렵고, 추측으로 일단 침을 놨으니 경과를 보자. 소고기를 많이 먹여라. 끝.
그런데 정말 다 나았어요. 거의 반년을 앓은 병이 다 낫는데 1주일이 안 걸린 것 같아요. 침 맞고 반년만에 처음으로 열 때문에 깨지 않고 잤고 입맛도 돌아왔어요. 침은 한 두세번 더 맞고 더이상 한의원에 다니지는 않았어요.
고등학생때도 재발을 했어요. 그 때는 매일매일이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재발 기미가 보이면 바로 한의원으로 달려갔고 그때마다 효험을 보았어요. 뭐 플라시보라면 플라시보라고 하시겠지만… 저는 그랬네요.
그렇게 대학생이 되고, 어머니는 큰 병으로 입원을 하게 되셨어요. 평일에는 학교를, 주말에는 어머니 간병을 하러 지방을 왔다갔다 하는 일상이 시작돼요. 어머니가 투병하시는 1년반동안 일주일에 단 하루도 누워 쉬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무리를 하니 무리한 대로, 또 재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또 바보처럼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아요. 그저 또 해열제 먹으면서 대충 버티기가 시작된거죠. 학교도 빠지고 싶지 않고, 엄마를 보러가는 주말도 놓치기 싫고… 이 번 주만, 중간고사 까지만, 엄마 외출까지만… 계속 미루다 못버틸 지경에 또 겨우 치료하고… 바보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지요?
이때부터는 한의원 마법효과(?)를 보는 것도 점점 텀이 길어집니다. 바로 마법처럼 척 낫지 못하는거죠. 나이가 들어서 그런걸까요? 하하
이미 많은 lesson 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또 일이 터졌습니다.
반년을 열심히 개발 공부하고, 합격 통지도 3곳에서 받고, 과제전형만 남은 곳이 2곳, 면접만 2곳이 더 남은 상태에서 불명열이 또 재발합니다.
초반에는 그냥 무시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정말 바보같은 짓이긴 한데, 에이 그냥 몸살이겠지! 에이 컴퓨터 때문에 조금 후끈한가? 이렇게 스스로 속이면서요.
결국 첫주에는 37-37.5
둘째주에 38-38.5
셋째주인 이번주에 39.5 정말 자로 잰 듯 계단형으로
최고 온도를 찍으면서 결국 몸이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지금도 속은 메스껍고 4-5시간마다 열이 치솟지만 원인은 알 수가 없다고 해요. 양방병원도 한의원도 짜릿한 도움이 되는 곳은 없네요. 이번주에만 피를 4통을 뽑아갔어요. 내일은 자가면역질환 여부 결과가 나오는 날인데, 이부분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너무너무 공포스러워서 지난 며칠은 쉽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웃긴건 이러는 와중에도 첫째주, 둘째주까지는 어떻게든 해열제먹고 면접을 6개중에 5개 다 간거예요. 심지어 영어수업 아르바이트까지 갔네요. 저는 덕분에 좋은 인연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이 시간을 절대 후회하지는 않지만, 좀 미련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렇게 무서워 할 거였는데! 왜 더 일찍 치료를 안했을까요? 아마 한번 아프면 장기전이 되고, 치료가 잘 안된다는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더 그랬나봐요. 뭔가 차근차근 준비한 것으로 결실을 보기 직전이었고, 잘 하고 싶었던 열망이 좀 컸나봐요. 무엇보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무의식이 나를 지배했던 것 같아요.
지금이 아니면 내가 할 수 있을까?
지금이 아니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있지 않을까?
이런 불안감이 엄습해올 때 사람은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합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중학교때 학교 조금 빠진다고 바보가 되지 않고, 고등학교때 몇 문제 덜 풀어 대학을 못 갔든 안갔든 인생은 크게 다를 바 없었을테고, 대학 수업 좀 빼먹고 푹 쉬거나 치료를 잘 받는다고 해서 죄 짓는게 아닌데 말이에요.
그래서 올해는 나의 건강을 위한 선택을 최우선으로 두려 해요. 사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의미 없는거잖아요. 너무 당연한 얘긴데 항상 아프게 되어서야 또 생각해요. ㅋㅋ.
아플때마다 저는 그때가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놓쳐선 안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인생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덜 중요하거나 더 중요한 순간은 없는데도요. 엄청 중요해서 200% 살아있고, 덜 중요해서 좀 죽었다가 깨어나도 되는게 인생이 아니니까요. 어쨋든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 그리고 너무 그 순간에 집착하지 않는 것만이 저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올해 다시 취업을 하고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은 잠점 중단을 해 보려 합니다. 면접 후기나 저 스스로 아쉬웠던 점에 대해서는 포스팅을 남겨서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도록 해 보겠습니다. 혹시라도 계획이 바뀌게 되면 또 포스팅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다들 건강하세요!
[태국 방콕 여행기] 슈퍼 P들의 1주일 방콕 여행기 - 출국 전 (4) | 2024.05.07 |
---|---|
[iOS 앱개발 과외 후기] 학생을 보내며... (3) | 2023.07.19 |
개발자 취준할 때 코드리뷰 받는 방법 6가지 (+무료, 유료) (0) | 2023.02.07 |
[피부염 극복] 내가 접촉성 피부염을 극복한 방법, 제품 추천 (1) | 2022.12.20 |
기구찌병(기구치병) 발병부터 완치까지 - 외래, 입원, 수술의 기록 (1) | 2022.04.12 |